펌킨의 하루

토요일 오후...

pumpkinn 2010. 4. 25. 07:19

 

 

엄마 어디가..?”

~ 어디~”

어디~??”

~ 어디~”

나두 갈래~”

토요일은 엄마 날이야~ 엄마 혼자 갈거야~”

씨이~”

 

이렇게 따라가겠다는 애리를 떼어놓고 혼자 집을 나섰다...

오후 3시 쯤였을까...?

 

하늘은 금방 울음을 쏟아낼 듯 우울한 회색을 띄고 있었고...

나는 그 우울한 하늘을 안고 빠울리스따로 향했다..

 

사실 몇 달전부터 그래보고 싶었는데...

게으름도 있었고.. 이런저런 만남도 있었고...

또 걍 집에 있지 하는 안일함도 없지 않아 작용했던...

뭐 새삼스럽게 안하던 짓을...’그런 느낌...

 

쇼핑 빠울리스따 앞에서 내려 빠울리스따 거리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거리에서 롤로 스케이트를 타며 곡예 연습을 하는 무리도 있었고...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들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 자기 길을 가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길을 건넜다...

다른 쪽 길을 걸어보고 싶었던 것뿐.. 특별한 다른 이유는 없었다...

 

찻길을 건너 가던 길을 가다가..

문득 멈춰 다시 돌아왔다...

 

예쁜 정원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 영사관이 있는 건물...

한국 영사관에 가려면 예쁜 정원이 있는 그 곳을 통과해야하는데...

나를 잡아 끌었던 것... 아름다운 기억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정원엘 들어서면 작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듯...사람들이 북적댄다..

'무슨 행사일까..?'

 

계단에 올라가니.. 건물 안 작은 공간에...사람들로 가득하다...

인디언 복장을 한 예쁜 꼬마 여자아이들이 앉아있고...

그 뒤로 가족인듯한 어른들이 의자에 앉아있고...

앞에서 교육자 분위기의 어떤 남자분이 강연을 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아주 아늑한 분위기의 강연이었다.. 예쁘게 앉아있는 인디언 복장의 꼬마들..

진지한 표정의 어른들.. 가슴으로 강연하던 강사.. 아주 예쁜 그림이었다...

 

잠깐 들어보니...

브라질 인디언의 역사에 관한 강연...이었다....

 

~ 여기서 이런 행사도 가지는구나~’

 

알림표지판을 보니..

매주마다 있는 행사표가 걸려져 있다...

 

브라질 문학에 대한 강연도 있고...

시인과 시에 대한 해석하는 공부 시간도 있고...

번역 수업도 있고...

아주 재밌는 행사가 한 가득...

 

강연이 있던 건물 앞.. 안내 표지판을 보고 있는 사람들...

Casas da Rosas (장미들의 집들..) 이란 이름을 가진 건물이다. 그 밑에 부제로..

Espaco Haroldo de Campos de Poesia e Literatura...

(시와 문학의 아롤도 지 깜보스의 공간)이라고 쓰여있다.

건물 안에는 프란즈 카프카 도서실이 마련되어 있던게 퍽 인상적이었다.

 

나는 사진을 몇장 담고 밖으로 나왔다...

그 정원에 아주 이쁜 노천 까페가 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언젠가 왔을때 까페에 앉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침 자리 한 곳이 비어있다...

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까 하다가...

앉기 전에 까페로 들어가 주문부터 했다...

“Um Café grande por favor~” (커피 큰잔으로 하나 주세요..)

친절하게 나의 주문을 고쳐주는 아가씨..

“Café MEDIO~” (.. 중간잔이지요..? )

“Sim~” (네~)

 

정말 궁금하다..

까페 싸이즈가 세개가 있는게 아닌데...

왜 큰 커피잔을 중간 싸이즈라고 표현하는지...그게 참 궁금하다...

 

암튼..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큰걸로 주세요라고 주문을 한다.. 어디를 가던지...

나의 이 못말리는 생뚱맞은 고집이란...

내가 그런다고 브라질 습관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그 빈 자리로 얼른돌아와.. 앉았다...

환상적인 그림이다...

 

마치 내가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

로마의 노천 까페 분위기가 이럴까..?

아니면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에 있을 법한 노천 까페가 이럴까..?

 

여행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낯선 느낌.. 설레임.. 두근거림.. 호기심.. 그리고 행복감...

여행이란 단어가 내게 안겨주는 느낌이다...

오늘 그 곳에 앉아 있는 내 느낌이 그랬다...

 

 

 

정원 한켠에 있는 Cafe Spazzio 풍경...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정면으로 보이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브라질 아저씨.. 

책에 몰입되어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그래서 한 컷~ ^^

 

 

 

까페 정경 두번째...^^

 

 

내 옆 테이블에 있던 아빠와 애기..그리고 푸들 강아지..^^ 

아빠 혼자 애기를 데려와 오후를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해서 몰래 한 컷~ ^^

 

 

 

주문한 커피를 가져 오고...

나는 앉아서 책을 꺼냈다.. ‘처음읽는 서양철학사’..

 

우울한 잿빛 하늘.. 낯선 느낌...노천 까페.. .. 까페..

그리고 음악...

그림이었다...

 

거기서 에피크로스와 아우렐리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읽었다...

아우렐리우스가 단연 감동이었다...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가 배웠고 믿었던 신념을 삶 안에서 실천하며..

그것을 자신 뿐만 아닌 적에게조차도 적용하려 했던 인간미가 넘치는 존경스런 황제 철학자...

읽는 내내 뭉클했고 울먹거려지는 감동이었다...

 

그러면서 커피를 또 한잔 시켰고...

내게 주어진 이 행복..을 만끽했다....

좋아죽겠는 빨강색의 행복이 아니라...

사색적인 그런 잔잔한 행복이었다...

 

사실은 오늘 생각이 많았다...

좋은 것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제 네 자신의 색깔을 찾을 때가 되지 않았니..?”

며칠 전 남편이 내게 해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고.. 그에 대해 깊이 되씹어보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자신의 색깔...

내가 삶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

나만의 향기를 내도록 지켜줄 나만의 정체성...

 

오늘 아침 와우들과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또 다시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던 주제...

자기 다움.. 자기 색깔.. 정체성...

다들 다름 속에서 자기 자신의 색을 덧칠해가고 있는 그들...

문득.. 이방인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노천 까페에 앉아...

혼자 앉아 책을 읽는 이들...

친구들과 함께 깔깔 거리는 그들...

진지한 대화가 이어지는 듯한 그들...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 눈에 나는 어떤 분위기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함께 하는 무리 속에...

자기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삶...

 

이것이 좋지만.. 저것도 좋은...

나의 너무나도 많은 관심사를...

어떻게 한 곳으로 모아볼까...

너무나도 많은 색깔을 갖고 싶기에 정작 내 색깔을 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6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어두워져서 책을 더 읽을수가 없었고...

날이 많이 쌀쌀해져 춥기도 했기 때문...

그리고 애리와 리예도 눈에서 아른거리고...(이제사..^^)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을 건너다가 카메라에 담은 한가한 빠울리스따 거리...

회색 하늘..이 거리를 살짝 우울하게 보이게 하는 느낌...

 

우울한 표정을 띈 토요일 오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

참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종종 그 Café Spazzio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일상 속에 느껴본 여행자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이구나....

.

.

오늘도 역시 나와 함께 했던 James Blunt...

오늘 날씨에 참 잘어울렸다...

 

James Blunt - Tears And Rain..

 

How I wish I could surrender my soul
Shed the clothes that become my skin
See the liar that burns within my needing
How I wish I'd chosen darkness from cold
How I wish I had screamed out loud
Instead I've found no meaning

I guess it's time I run far, far away; find comfort in pain
All pleasure's the same: it just keeps me from trouble
Hides my true shape, like Dorian Gray
I've heard what they say, but I'm not here for trouble
It's more than just words: it's just tears and rain

How I wish I could walk through the doors of my mind
Hold memory close at hand
Help me understand the years
How I wish I could choose between Heaven and Hell
How I wish I would save my soul
I'm so cold from fear

I guess it's time I run far, far away; find comfort in pain
All pleasure's the same: it just keeps me from trouble
Hides my true shape, like Dorian Gray
I've heard what they say, but I'm not here for trouble
Far, far away; find comfort in pain
All pleasure's the same: it just keeps me from trouble
It's more than just words: it's just tears and rain.

 

'펌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수업....  (0) 2010.05.12
세월이 가면...  (0) 2010.05.08
보헤미안...  (0) 2010.04.22
가끔씩 이렇게....  (0) 2010.04.21
이상한 착각...  (0)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