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4기의 하루

D-35: 부부로 산다는 것...

pumpkinn 2009. 5. 25. 08:37

 

 

 

결혼 60 주년엘 갔다왔다.

나는 금혼식인줄 알고 갔다왔는데

금혼식이 아닌 회혼식..이란다

결혼 60주년회혼식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오늘 첨 알았다..

 

사실..

결혼 이라는 것은 마냥 핑크 빛만은 아니란 것은..

안 한 사람은 경험은 못했지만 들어서 막연하게마나 알고 있을 것이고..

우리처럼 결혼 한 사람들은.. 현실 안에서 경험하고 있음으로.

부부로서 함께 한 60년이란 세월 동안의 여정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단순히 두분이 함께 오래 건강하게 잘 사셨네..” 하고 쉽게 말할 수만은 없는 것..

 

암튼..

결혼 60주년을 회혼식이라 부르는 것과 함께 또 하나 배운 것은..

이 회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두 부부가 함께 60년을 살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동안 자식들 중에서도 이혼을 한 자식이 있어서는 안되고

.. 자식들도 모두 다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자식만이 아닌 손자 손녀들까지도

 

결국 회혼식은 부부만 잘 살아먀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식과 손자들 모두가 잘 살아야 회혼식이란걸 할 수가 있음을 알고는..

정말 놀라왔고..

그 두 분이 너무나도 우러러 보였다..

 

반듯하게 잘 키워낸 자제분들..

손자 손녀들..

할머니 할아버지 정 좋으시고..

자식들 모두 이민 사회에서 인정받는 분들로 잘 성장시키셨으니..

얼마나 흐뭇하실까..

 

우리가 60주년을 맞는다..생각해 본다..

이제 결혼 16년 차…^^;;

우리가 결혼 60주년까지 있으려면우리는 90을 넘겨야하니..

일단은 육체적인 나이만을 따져봐도 까마득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친구의 우스개소리..

어휴~ 다행이야~ 60년동안 함께 안살아두 되서~”

우리는 모두 웃었지만..

그 뒤의 의미를 너무 잘 알기에.. 씁쓸하기도 했다..

 

미사 후..

우리가 앉아있는 곳 앞 의자에 잠깐 앉으셨던 신부님께서 물으신다..

앞으로 몇 년 있어야 해..?? “

“ 44년요..”

그때까지 둘이 살 것 같애..??”

하하하하하~”

 

우리는 웃었지만.. 참 심오한 질문이셨다..

살 것 같애..?? ‘

둘중의 하나 안 죽구 살아 있을거냔 말씀이신지,..

아니면 둘이 부부로서의 연을 이어가고 있을 것인지..를 물으시는 건지..

 

암튼.. 이거든 저거든..

부부에게는 쉽지 않은 여러가지 일들이 함께한다..

하지만.. 그것을 다 이겨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숨쉴 틈을 주는 행복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때때로 고통스럽다고..

숨을 못쉴 것 같다고 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때때로 찾아오는 고통처럼..

때때로 찾아오는 행복이 있음에...

웃으며 지낸다...

 

아무리 어둥이 짙어도..

작은 성냥 불 하나로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것..

행복이 바로 때때로 우리의 숨을 조이며 찾아오는 고통을 잘 이겨낼수 있도록..

숨쉬게 해주는 위로가 되어주고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다..

 

어제는..

가게 끝나고 집에 오니 마리아가 저녁 준비를 안해놓았다

미안해 하면서 하는 말...

남편이 마리아에게 자기가 저녁을 할 거라며 준비하지말라고 전화가 왔단다..

집에 오니 조금있다 루도비꼬 들어오고..

집에 오자마자 부엌에 팔을 걷어부치고 들어간다..

 

메뉴..‘게찌개..

게찌개는 돌아가신 어머님보다 남편이 더 잘 한다..

혼자 오래 살았던 남편.. 요리하는 걸 즐기는 남편..

요리는 잼병인 부인 만나 와이프가 해주는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잘 못먹어봤지만..

가끔씩 이렇게 실력발휘를 해서 감동 시킬때가 있다..

 

나 몰라준다고.. 내가 뭘 원하는지 안 알아준다고..

지난 시간 속으로 많이 불평했는데..

어제 맛있게 끓여준 게찌개를 먹으면서.. 살짝 미안했다..-_-;;

(내가 먹을거에 좀 약하다…^^;;)

 

다음에는 부대찌개를 해줄거란다..

갑자기..왜이리 감동을 시키고 그러지..??

 

암튼~

요즘 자기 회사 일도 많아 힘들텐데..

감동시켜주고 나갔다..

미국서 온 친구들과 마지막 만남이라고 가야 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와서 그렇게 찌개까지 끓어주고 가다니...히궁...

 

찌개를 먹으면서 하는 말..

이런 거 사진 줌 안찍니..? 이런거 찍어서 올려서 남편자랑 줌 해야지~”

 

~ 돌아가시겠다~

히구..

진작 말하지.. 거의 다 먹었구만…-_-;;

 

살아가면서 느끼는 잔잔한 행복..

 

순간..

내가 넘 많은 걸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복에 겨운건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늘 아침 남편의 말에 뒤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넘 웃겨서..

어제 친구들 만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하는 말..

 

내가 생각해두 이해 안가는거 하나 있어.. 불가사의야~”

어렸을 때 친구들 오랫동안 안보다가 이렇게 매일 만나는 거..??”

아니~!! ”

그럼 뭔데..?? ”

너랑 일케 오래 사는거~ ”

 

넘 웃겨서 거의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하던지..

남편이 무엇을 말하는지 넘 잘 알기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 나이 40 중반..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변해질까..

 

남편은 보살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것은 나에게 구속으로 느껴지고..

나는 자유롭게 두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것은 남편에게 무관심으로 느껴지고..

이렇게 너무나도 다른 두 성향이 만나 함께 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많이 부딪히기도하고..

그러는 동안 많이 웃기도 한다.. 오늘처럼..

 

동갑이라 더 자존심을 세우고..

토닥거림이 많을 수 있지만...

지난 세월을 잘 헤쳐왔고..

인제 서로가 원하는 것을 많이 안다..

존중해주려고 서로 노력하지만 안 되는 부분이 있음도 서로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어가고 있단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회혼식... 이야기로 시작해서..

부부 얘기까지..^^;;

 

하고 싶었던 말:

할머니 할아버지.. 회혼식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그렇게 행복하게 사세요..

두분의 사랑.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함께 하시길요..

.

.

 

오늘은 음악 고르기가 무지 어려웠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곡을 고르고 싶었는데..

당체 떠오르지 않았던 것..

 

마침..떠오른 Perhaps Love..

이 아름다운 노래를..

두분을 위해 올린다..

 

Perhaps Love - Placido Domingo & John Denver


Perhaps love is like a resting place

A shelter from the storm

It exists to give you comfort

It is there to keep you warm

 

And in those times of trouble

When you are most alone

The memory of love will bring you home

 

Perhaps love is like a window

Perhaps an open door

It invites you to come closer

It wants to show you more

 

And even if you lose yourself

And don't know what to do

The memory of love

will see you through

 

Oh love to some is like a cloud

To some as strong as steel

For some a way of living

For some a way to feel

 

And some say love is holding on

And some say letting go

And some say love is everything

Some say they don't know

 

Perhaps love is like the ocean

Full of conflict, full of pain

Like a fire when it's cold outside

Thunder when it rains

 

If I should live forever

And all my dreams come true

My memories of love will be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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