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난 맨날 꼴등이야~

pumpkinn 2019. 5. 14. 10:32

 

 

 

 

 

 

 

“난 맨날 꼴등이야~”

하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ㅇㅇ.

 

“ㅇㅇ가 맨날 꼴등이라고?”

“응~ 난 축구도 꼴등이고~ 태권도두 꼴등이구~ 게임두 꼴등이구~”

“우리 ㅇㅇ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얼마나 멋쟁인데~”

“그게 뭐가 멋쟁이야~ 하나두 아니야~”

그러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맨날 꼴등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놀랐다.

ㅇㅇ는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 반에서 말도 공부도 가장 잘하는 친구 중의 한 명이다.

그런데, 스스로 맨날 꼴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내가 한글 언어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학교는 나이별로 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나이지만 한국어 능력으로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눈다. 그리고 또 같은 단계 안에서, 한국어 실력 별로 또 나누어져 있다. 한 마디로 맞춤형 반편성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반편성이 되든 장단점은 있을 것이나, 많은 선생님들의 오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되는 방법으로 편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반에 한 두 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 함께 한다.

 

ㅇㅇ는 우리 반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친구다. 우리 반 친구들은 한국어보다는 폴츄기스가 더 익숙한데, ㅇㅇ는 한국말을 참 잘한다. 다른 많은 친구들이 브라질에서 태어난 반면, ㅇㅇ는 어릴 때 브라질에 왔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포어보다 한국어가 더 익숙하시기 때문에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똑똑하고 탐구심이 많아 학습이 빠른 것도 한국말을 잘 구사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ㅇㅇ는 언어뿐만 아니라, 표현력이 뛰어나 종종 웃음을 안겨준다. 그림 표현력도 좋고, 상상력도 뛰어나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과 나가 놀 때도 있지만, 종종 내 옆에 껌 딱지처럼 달라붙어 자기가 본 만화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 녀석의 표현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또한 재밌기도 해서 열심히 들어주면, 신이 나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디 그뿐인가.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스토리 전달에 열을 올린다. 그런 뛰어난 재능 덩어리 ㅇㅇ이가 “나는 맨날 꼴등이야” 하면서 울다니…

 

사건 발단은 이랬다. 지난주엔 어린이 복사단과 성가대가 피정을 가는 바람에, 성당 활동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나 교회 다니는 친구들만 수업에 참여를 했다. 마침 중요한 문법을 배우는 날인데, 7명이 빠지고 나니, 아이들도 흥이 떨어졌다. 해서 수업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가는 것보다는 빠진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좋을 듯하여 첫 2교시는 수업을 하고, 나머지 2교시는 게임과 놀이를 했다.

 

마지막 교시 때 단어 익히기와 관련된 카드놀이를 했는데, ㅇㅇ가 게임에서 모두 진 것이다.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어린아이들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강한 건가. 화가 나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ㅇㅇ은 감정 컨트롤이 서툰 편이다. 그동안 귀 기울여 들어주고 이야기 함께 해주고 안아주고 하니 많이 부드러워지긴 했는데, 그래도 화가 나면 때때로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다. 지난주 토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속상했겠다며 받아주고 들어주면서 항상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속상은 하지만 받아들이는 법도 배워야 한다며 일러주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긴가. 어른도 쉽지 않은데. 

 

다른 친구들 보내 놓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러는 동안 ㅇㅇ는 서럽게 울다가 이야기를 쏟아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교무실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많이 지났다.

 

“선생님 인제 올라가야 하는데, ㅇㅇ 인제 축구하러 갈까” 했더니..

기분이 좀 풀렸는지…

화가 나서 반말을 막 늘어놓던 녀석이..

“네~” 한다.

그러고는 “선생님이 ㅇㅇ 너무너무 사랑해~” 했더니..

“네~” 하고는 안아주고 가방을 챙기고는 간다.

 

얼마나 예쁜지.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며 화를 마구 내던 녀석이 고거 잠깐 이야기 들어주었다고 마음이 풀려서는 안아주고 가는 모습이라니.

 

사실, ㅇㅇ 말을 들어주다가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그래, 아직 축구도 잘 못할 것이다. 왜냐면 다른 아이들보다 아직 어리니까. 태권도도 잘 못할 것이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카드 게임, 이번 게임은 눈썰미가 빠른 학생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러니 아무래도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잘할만한 게임이었다.

 

지난번 개구리 접기는 빨리 얼마나 잘했는데. 바람개비 만들 때도 제일 빨리 만들고는 빙빙 돌며 놀았는데. 엄마에게 드리는 사랑나무 카드도 얼마나 예쁘게 만들었는데. 재밌는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잘 못하는 것만 속상할 뿐.

 

앞으로는 ㅇㅇ 가 잘할 때는, 스스로 잘하고 있음을 인지시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함을 느끼게 하고자 함이 아니라, ‘나’도 잘하는 것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누구나 잘하는 것도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

 

ㅇㅇ가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아니다.  단지 내가 ‘모두’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잘하고, ‘어떤 것’은 잘하지 못하는 것도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을 알아가는 훈련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너무 어리고, 나의 능력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되는 과정 속에 있다. 내가 좀 못하더라도 그것이 분노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가려냄으로 내가 가진 재능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배움이 되는지 조금 더 크면 알게 되겠지.

 

수업이 끝나고 나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남아서 의자 정리해주고, 어지럽혀진 교실도 치워줘서 나를 감동시키는 ㅇㅇ. 속상한 마음 풀고 돌아오는 토요일엔 그 귀여운 얼굴에 웃음 한 가득 안고 들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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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스런 우리 꼬마들..

토요일 수업이 때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그렁대는 눈물과 함께 때때로 가슴이 벅차올 때가 있다.

 

내가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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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이런 광고가 있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삶을 어려움도 고통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머를 가진 그런..

몸도 마음도 영혼도 건강한 우리 친구들이었음 좋겠다.

 

사랑하는 우리 다솜반 친구들에게 보내는 음악~ ^^

산울림 - 예쁜 맘 예쁜 꿈~

 

그래~

지금처럼 그렇게 예쁜 맘 가지고, 예쁜 꿈 꾸는 우리 친구들~

꿈을 꾸며 꿈을 삶 속에서 누리는 우리 친구들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