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중한당신

<참소중한당신 2월호> 서로 다른 문화 속의 까르나발 축제

pumpkinn 2017. 2. 20. 10:41





서로 다른 문화 속의 까르나발 축제

 


재밌게도 브라질의 한 해는 까르나발이 지나야 시작한다. 브라질만의 특이한 달력을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까르나발이 끝나야 모든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새로이 한 해가 시작되면 캘린더를 보며 까르나발이 언제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이유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하더라도, 이때만큼은 온 열정을 다 쏟아부어 까르나발을 즐기는 브라질 국민들. 이 시기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까르나발이 끝나야 구직활동에 나선다는 사실은 브라질만의 특이한 문화 속의 사회현상일지도 모른다.

 

브라질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주위 분들께서 이러한 브라질 국민성에 대해 말씀해주실 때는 설마~’ 했다. 당장 직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까르나발이 끝나야 직장을 구하러 나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긴가. 그렇다면 배가 부른 거지. 배가 덜 고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라질에 20년이 넘게 살다보니 이젠 직원이 필요해도 나 역시 까르나발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준이 되었다.

 

까르나발~!!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브라질 국민들의 성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브라질 까르나발의 화려한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오 까르나발 뿐만 아니라, 쌍파울을 비롯하여 바이아, 미나스제라이스 등등 브라질 각 도시에서 크고 작은 삼바 축제들이 열린다. 클럽별로 일 년 동안 준비한 음악과 춤과 테마별 의상이 함께하는 행렬로 이어지고 마지막 날엔 1, 2, 3등의 순위를 가리는데, 그 뜨거운 열기란 한국의 축구 경기나 야구경기 열기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브라질에 살면서 재밌게 느껴졌던 것은 까르나발그 자체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은 휴일로 쉬게 하고, 그 다음 날은 출근 시간까지 늦춰준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법적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 문화의 흐름이 그렇다보니 직원들의 기분도 살려주고 남은 한 해를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에서 우리 매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런 관행에 따르고 있다. 먹고 마시고 즐기라고 다음날 회사 출근 시간까지 늦춰주는 문화가 내겐 어찌나 재밌고 신기한지. 한편으론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브라질 특유의 낙천성.

 

하긴 어디 그뿐인가. 내가 가장 놀랐던 문화는, 3이 되면 Semana de Alegria (기쁨의 주) 기간이었다. 브라질의 고3들이야 한국에 비하면 감히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지막 학년의 추억을 남겨주고자 고3만의 축제를 열어주는 기간이다. 학교마다 살짝 다르긴 하지만, 우리 딸들이 다녔던 Bandeirante 학교에서는 잠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주가 있는가 하면, 히피 복장을 하고 가는 주,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가는 주, Festa Junina(6월의 축제) 옷을 입는 주, 그리고 마지막 주엔 하얀 옷을 입고 수업 없이 선생님과 함께 편하게 둘러 앉아 고3으로서의 마지막 한 해와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안겨주는 시간이다. 비록 범죄가 많아 긴장 속에 살긴 하지만, 이런 낭만 가득한 추억을 학생들에게 선물로 안겨주는 브라질을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 잠시 사이 길로 빠졌다.

 

같은 남미지만, 이웃 나라인 파라과이의 카나발은 또 색다르다. 브라질의 까르나발 측제 기간 동안엔 춤과 노래와 삼바 행렬이 이어진다면, 파라과이의 까르나발은 조그만 풍선에 물을 넣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재미나는 풍습이 있다. 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사람에게 던지기도 하고, 친구나 이웃에게, 또는 달리는 차에 물풍선을 던지기도 하는데, 심지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물벼락을 날리기도 한다. 얼마나 재밌는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치 동네 눈싸움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물풍선을 던지며 깔깔대는 모습이란. 남미 특유의 천진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화다. 처음 이민을 갔던 파라과이에서의 첫 까르나발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시기하고 재밌었는지. 한번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리위에 올라가 지나가는 차에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부어 운전수 아저씨한테 혼난 기억조차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나라만의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번 까르나발은 나를 얽매고 있는 모든 걱정과 근심과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 속에 나를 놓아두고 싶다. 내일은 내일에게 맡겨두고, 하느님이 내게 허락하신 모든 축복을 마음껏 누릴 줄 아는, 오늘을 잡는 그런 나이기를 바래본다. Carpe Di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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