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중한당신

<참소중한당신 11월호> 백트윗 보이~

pumpkinn 2016. 11. 18. 03:26



백트윗 보이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백스트릿 보이스 음악을 듣다가 문득 애리가 하는 말

엄마 알어? Backstreet Boys가 다시 모인거?”

~? 정말~?”

~!!”

그럼 인젠 백스트릿 맨이겠네~??”

정말 그러네하하하하하~ ^^“ 우리는 깔깔대고 웃었다.

Backstreet Boys는 애리와 나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특별한 그룹이다. 첫째인 애리가 너댓 살쯤 되었을 때다순하고 착한 애리가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지고 성격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하지만자라면서 자연스레 겪는 과정이라 생각했기에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유치원 학부모 회의에 갔다가 선생님과 면담을 하던 중 애리의 변화가 심상찮음을 알게 되었다선생님이 애리와 리예를 집에 데려다 주실 때할아버지가 리예만 안아주시고 애리는 뒤에서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셨다는 것이다애리가 혹시라도 상처가 되지 않았을지혹시 어머니는 알고 계셨는지모르고 계셨다면 아셔야 할 것 같아 드리는 말씀이라며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을 이어가셨다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우리 애리가 할아버지 뒤를 따라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애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 살 반 때 브라질에 왔고리예는 브라질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가운데 태어났기에 리예를 향한 두 분의 사랑은 특별했다더욱이워낙 정이 좋으셨던 어머님께서 돌아가시자 아버님은 모든 사랑을 리예에게 쏟아 부으셨다애리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내가 지혜로운 엄마였더라면 그 변화를 금방 알았을 것이다늘 밖에서 일하는 엄마라지만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아이들과 함께하며 좀 더 섬세한 관심을 쏟았어야 했다하지만나는 그러지 못했다그러기엔 너무나도 피곤하고 힘들었다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유치원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남편에게 애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고아버님께도 아주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 드렸다리예를 안아주실 때 애리도 한 번 안아주시고소외감 느끼지 않게 애리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렸다.

그날 밤나는 애리의 마음을 보듬어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했지만이미 마음이 닫힌 애리로부터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생각 끝에엄마 아빠가 애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애리를 낳았을 때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독백하듯 혼자 이야기를 이어갔다그렇게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눈치를 살펴 무엇이 가장 속상하냐고 물으니

엄마.. 내껀 하나두 없어.. 내 장난감두 모두 리예 줘야 하고 내껀 아무 것도 없어..”

가슴이 미어졌다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나도 같이 울었다내가 엄마가 맞는지어린 딸이 이렇게 상처 속에 아파하고 있는데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고 있었으니한참을 울고 나더니 마음이 좀 풀렸는지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뜸 애리가 묻는다.

엄마백트윗 보이가 좋아샌디 쥬니어가 좋아?”

샌디 쥬니어는 브라질의 유명한 남매 가수라 알지만백트윗보이는 누군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누구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잖아” 가만 생각해보니 백스트릿 보이스를 말하는 거였다아마도 어린 애리에게는 백트윗보이로 들렸던 모양이다백트윗 보이가 좋다는 나의 말에 자기도 그렇다며 활짝 웃는 애리.

엄마가 애리한테 많이많이 미안해

아니야..엄마

엄마가 애리 너무너무 사랑해

나두...”

피곤했는지아니면 그동안의 쌓였던 서러움이 녹아내렸는지 그날 애리는 내게 포옥 안겨 쌕쌕거리며 잠이 들었다그날 이후언니 장난감까지 당연하게 자기차지이던 리예는 언니의 영역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애리는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웃음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렇듯 우리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백스트릿 보이스의 음악을 들을 때면때때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코끝이 시려지곤 한다나의 작은 바램은 애리와 리예가 기쁠 때나 힘겨울 때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엄마였으면 좋겠다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때삶에 지쳐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는 그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엄마그런 엄마였으면 좋겠다하지만과연 나는 그런 엄마가 되려고 노력이나 하고 있는지행동은 안 따라주고 입으로만 그럴싸하게 읊어대며 사회적 가면을 잔뜩 쓰고 있는 모양새는 아닌지내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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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연히 Backstreet Boys의 음악을 올려야겠지...^___^

As Long As You Lov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