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퇴근 후...

pumpkinn 2015. 10. 7. 11:44

 

 

 

 

퇴근을 하고는 나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Higienopolis로 향했다.

Paulista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곳.

스타 벅스에 들러 까페라떼와 초콜렛 도넛을 사고는 사라이바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내가 앉고 싶은 자리는 이미 누군가 앉아있고..

혹시나하고 다른 쪽 구석을 봤더니 다행히도 조그만 테이블이 비어 있다.

 

앉아서 도넛과 커피를 마시고는 강의안을 펼쳤다.

전공 필수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상담 심리학의 기초

너무 보편적이라 특별히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 더 조심스런 과목이다.

보편적이란 것은 평범하고 일반적이라 중요한 포커스를 놓치게 하는 지뢰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에..

나는 종종 그 보편의 지뢰밭에서 헤매곤 한다.

 

그러겠다고 계획한 것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 탓을 하고 싶진 않은데, 확실히 전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전에는 10시간도 한 자리에 앉아서 꼼짝 않고 집중이 가능했는데,

인제는 그 집중을 나눠서 시켜줘야 한다.

 

전 같지 않음을 속상해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상황에 맞게 최적의 방안을 찾는 것..

인제는 그 정도의 지혜는 가진 내가 되었다.

나이가 건네 준 선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렸다.

브라질에 온지 20년 만에 배운 버스 타는 법..^^;;

학생 시절이 생각 나기도 하고..

결혼이란 걸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만큼 좋았던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바로 비 오는 날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란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오는 동안 김영하의 아랑은 왜를 읽었다.

그저께 영화와 소설’ 6차시를 공부하는데,

김중철 교수님의 강의 중에 김영하의 아랑은 왜에 대한 대목이 나왔는데,

문득 읽고 싶어졌더랬다. 마침 내 책장에 그 책이 있었고 오늘 그 책을 집어 들고 나왔다.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면 김영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팟 캐스트를 얼마나 좋아라 하며 들었더랬는지..

그의 책 읽어주는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맑으면서도 남성적이고 지적인 목소리로 읽어주는 소설들을 나는 미친듯이 구입했고,

모두는 아니지만 그 중 몇 권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선지 김영하의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게다.

 

암튼, 그의 특유의 필체로 옮겨지는 아랑의 전설...

김중철 교수님의 말씀대로 너무나도 재밌고 있다.

 

김중철 교수님은 차분하고 조금은 느릿한 말투 안에 문학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이 느껴지는 분이시다.

서사에 대한 강의는 얼마나 재밌었는지..

특히, 스토리와 담론의 비교 강의가 수업이 끝나는게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압권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다 된 시간.. (역시 일찍 왔다. )

중간에 멈췄던 상담심리학의 기초 강의를 듣고는 강의 과제를 하기 전에 잠시 놀고 있다가

잭 존슨이 부른 존 레넌의 ‘imagine’을 듣다가 또 쓸데없는 단상을 끄적거리게 되었다.

 

어제 수업을 듣다가 리예가 틀은 새로운 버전의 Imagine..

듣는 순간 전율했다.

기타 연주가 완전 나를 매료시켰다.

읊조리듯 부르는 독특한 스타일에도 완전 반했고..

 

내가 모르는 버전의 Imagine이 있었나..?

리예 한테 가수 이름을 알아내고는 어제 오늘 내리 듣고 있다.

또 나의 미친 특기인 한 곡의 리플레이가 시작된 것.

모두의 원성 속에 이어폰을 꽂고 듣고 있다. -_-;;

 

인제 놀았으니 과제를 준비해야겠다.

성적에 30% 반영이니 정성을 들여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객관식 시험보다는 과제형 시험이 더 좋다.

 

아이구야~

인제 그만 놀고 작업으로 돌아가야지~

.

.

Jack Johnson Imagine...

존 래넌이 이 커버를 들었더라면 표정이 어땠을까..?

아마 무척 좋아했을 것 같다.

들어도 들어도 자꾸만 듣고 싶은 버전...

기타소리가 나를 미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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