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19]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최종철 옮김

pumpkinn 2014. 4. 15. 09:56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햄릿>에 이어 읽게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주문한 책이 세관에 걸려 찿질 못하고 있던차 다행히도 ebook으로 읽을 수 있게는 되었으나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아 안그래도 짜증스럽고 있는데, 이 세기최고의 막장드라마를 읽으며 그야말로 짜증에 지대로 불이 붙어버렸다. 혹시, 셰익스피어는 막장드라마의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햄릿도 보면 그런 면 (아빠가 죽은지 2달밖에 안된상황에서 엄마가 삼촌과 결혼하는)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물론 Moral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의 부재를 통한 가족의 비극을 보며, 사랑이 없음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오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불행한 최후를 맞게되는지를 분명하게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셰익스피어의 드라마는 재밌게 읽어 나가야지 연구하려고 하지말라는 비평가 클리프턴 패디먼의 조언에 충실히 힘하는 자세로 읽어나갔다. 읽다가 기가막히고 울화통이 치밀어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으나, 책이 아니라 랩탑이라 참았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리 안에서 뱅뱅돌았다. 물론 이 모든 막장 드라마들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한 집안에 일어난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부분별로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사건들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음이다.

 

1.

막내 코딜리아가 아무리 큰 언니 고너릴이나 작은 언니 리간처럼 침발린 소리를 못하여 재산을 안주는 것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렇게 마치 헌물건 떨이치듯 남자에게 팔아버리듯 떠나보내는 아버지 리어왕의 멘탈상태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분통이 터졌다. 내게는 이미 정상인이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즉 그의 노년의 비극적인 삶은 배은망덕 천하의 불효녀들인 두 딸들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극에서 극인 멘탈구조를 가진 부모 밑에서 정상적으로 자식들이 제대로된 인성교육을 받았을까? 아빠에게 잘보이기 위한 생존력으로 버티며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너릴에게 퍼붓는 리어왕의 저주는 소름이 끼칠정도다.

그런 리어왕과 닮은 꼴이 또 하나 등장을 한다. 글로스터 백작. 아버지의 재산과 직책을 탐을 낸 서자인 에드몬드의 이간질과 거짓말에 홀딱 넘어가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들 에드가를 죽이라 명하는지. 결국 그의 얇은 귀는 서자 에드몬드의 계락에 놀아나게되고 두 눈까지 잃게되는 또 한명의 비극의 주인공. 본인이 죽이려고 했던 아들 에드가는 장님이된 글로스터 백작을 끝까지 지키며 보호하며 코딜리아에 이어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리어왕과 글로스터가 닮은 꼴이라면, 자신을 죽이려고 한 아버지, 자신을 내친 아버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지키려했던 에드가와 코딜리아 또한 닮은꼴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내가 만약 그들 입장이라면, 내 부모라고 해도 과연 사랑으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죽음까지 불사하는 천사표 딸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물론 내게는 그런 부모가 아닌, 자식에게 지대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분들이 바로 나의 부모님이었으니 이런 상상을 하는 것조차 엄마 아빠에 대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시간 낭비일 것이나, 어쨌든 과연 나는 코딜리아처럼 천사표 딸일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성향상 복수라는 단어는 거리가 멀지는 모르나,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아량을 보이기에는 내안에 상처가 크게 자리하고 있을 터. 어쩌면 거리를 두고 보지 않는 방법을 취했을지도 모르곘다. 차라리 왜 나를 내치셨는지, 왜 나를 죽이려고 하셨는지 물어보기라도 하고 내 안의 상처를 보이며 소통을 통한 대화가 있었으면 오히려 더 공감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2.

이 막장 드라마는 이간질의 대가이자 타고난 기회주의자인 에드몬드를 사이에 두고 언니와 동생이 질투와 시기를 벌이는 장면에서 절정에 오른다. 한 집안에 이렇게도 온갖 막장이 다 들어있다는게 놀라울 정도.

하지만 콘월 공작이 죽기 전까지의 리건 부부는 끼리끼리 만났음으로 볼때 천생 연분이다. 내 주위에서도 그런 부부를 종종 본다. 그들의 정신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나, 자기들끼리는 이해가 잘되고 잘 맞는 이들. 의외로 그런 부부들을 가까이서 보곤한다. 그들끼리는 행복한 관계라는 것. 신비다.

하지만 첫째 고너릴 (나는 왜 자꾸 고릴라로 기억되는지 모르겠다..히구..-_-;;) 은 사악하나 그의 남편 올바니 공작은 품성이 온화하고 반듯한 사람으로 고너릴과는 어울리지 않는 품위있는 남편. 한마디로 어울리지 않는 부부 관계다. 리어왕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 사위 올바니.

리어왕에서 고너릴은 악의 절정을 이룬다. 자신의 아버지를 그렇게 미치게하고, 간사한 에드몬드에게 빠져 연적이 되어버린 동생 리건까지 죽이는 사악한 여인. 그녀야 말로 사악함의 상징일 정도로 선과 악과 옳고 그릇됨의 기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혼돈의 상태의 존재 바로 그 자체다. 그녀가 있어 이 막장 드라마는 더욱 그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와 정반대되는 존재인 코딜리아와 더불어. 빛과 어두움의 실체, 선가 악의 뚜렷한 본보기가 되어준 그녀들이다.

 

3.

리어왕이 노년에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비극을 자초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는 존경받는 왕이었던 듯. 그를 끝까지 보좌하는 켄트를 보면 자신의 상전에 대한 충성에 리어왕의 품성을 그나마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글로스터 역시도 마찬가지. 그를 위해 싸우다가 리건의 남편인 콘월 공작을 죽인 하인을 볼때, 아랫사람에게 글로스터가 어떻게 대했는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자고로 존경이나 충성은 내가 얻고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고자 하는 그들로부터 주어지는 것 아닌가. 그런면에서 부족한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리어왕도 글로스터 백작도 자신의 높은 위치에서 베풀줄 아는 존경받는 상전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의 나약함과 양면성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우리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 조차도 지 한목숨 살리고자 아내 사라를 누이라 말하라고 시켰던 그 나약함과 간사함은 우리에게는 위로이기도 한 부분인게다.

 

4.

자신의 모든 권력과 재산을 두 딸과 두 사위에게 넘겨주고는 천대를 받으며 결국엔 미쳐버리는 리어왕은 현대의 상황과 참으로 많이 닮았더랬다. 권력과 재산이란 그런 것이다. 물론 나는 권력도 재산도 재산을 많이 가져보지도 못했지만, 내 주위에서도 심심치않게 보는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인게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이루어놓은 사업체를 아직 정정한 나이에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어르신들. 자식들은 첨엔 고마움에 잘들 하지만 고너릴과 리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조차 아깝게 느껴지고 점점 짐처럼 느끼게되는 상황들. 그렇게 당신들 스스로 자식들에게 경제권을 넘겨주고는 나중엔 당당히 용돈 받는 것조차 눈치를 보시며 초라한 노후를 맞으시며 슬픔과 고통 속에 젖어사는 어르신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보는 현실.

리어왕을 읽으면서 화도 나고 분노하고, 가슴이 콱콱 막히면서 열받으며 읽어내려가면서도 마음을 편치 않았던 것은, “이건 소설일 뿐이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기도 하고, 엄마를 떠올리곤 헀다. 나는 엄마에게 잘하고 있는지를 되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과연 내안에 고너릴이나 리건은 없는지...

엄마의 정성과 뒷바라지 없이는 결코 지금의 내가 있을 수는 없었음을 다른 이는 몰라도 내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든든한 응원자였고 후원자였던 엄마. 자신을 매정하게 내친 아빠를 그리도 사랑하며 지킨 코딜리아를 보며, 엄마에게 좀 더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막장 드라마는 결국 그런 지저분하고 쓰레기같은 인성들을 치밀하게 보여주며 치를 떨게하며 지금의 내 현실과 나의 자세를 비쳐보게하는 거울같은 역할을 해준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첨에 리뷰를 쓰기 시작하때는 짜증나고 열받는 스토리라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깨달음이 느껴졌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 책이었다. 그래서 셰익스피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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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ki Kuramoto - Romance (Piano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