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09] 정희재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고...

pumpkinn 2013. 7. 23. 11:20

 

 

 

정희재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고... 

 

정희재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다시 읽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독서 축제인 린위탕의 생활의 발견대신 내게 선택의 기회를 주셨고, 두번 생각지 않고 이책을 읽고싶다는 의향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 다시 읽게된 책.

처음 이책을 읽었을때의 그 감탄과 놀라움, 그리고 절망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느꼈던 느낌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을 읽으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표현을 콕 잡아내는 프루스트에게 느꼈던 감탄 그리고 절망감. 그로인해 버지니아 울프는 한동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하마트면 영원히 침묵할뻔 했으니. 바로 그느낌에 비유되지 않을까? 그녀가 프루스트의 글을 읽고 느낀 충격과 내가 정희재의 글을 읽고 느낀 충격과 절망감은 닮은꼴이지 않을까싶다.

나는 프루스트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아주 어쩌면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의 배경엔 그러한 절망감이 무의식속에 영향을 끼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그랬다. 작가 정희재의 글은 촉촉하면서 감성적이지만, 지나침이 없어 담백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서정적인 글이다. 그녀의 언어 표현은 어디서 오는것인지. 자연스러우면서도 풍성하게 저멀리까지 날아가는 색색깔의 단어들의 날개짓에 숨이 멎는것만 같은게다.

그녀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들은 나로하여금 그녀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그녀와 함께 그의 삶 속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한다. 일상 속에서 그녀의 눈에 비쳐지는 섬세한 느낌들, 깨달음들, 배움들.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들, 징징거림없는 사랑의 기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느꼈을 아픔의 통증의 크기를 나로 하여금 꼭 그만큼 느끼게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렸다면, 두번째 읽는 이번엔 그녀의 표현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었다. 노트에 적으며 몇번씩 읽으며 행여 자연스럽게 나도 그러한 표현을 배울 수 있을까하는.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다. 그렇게 해봤자 결국은 내것이 아닌 그녀의 것인것을...

그거 알아요? 정말 뭔가에 정신을 쏟으면 눈물이 나는 거? 슬퍼서도 아니고 서러워서도 아니고 그냥 눈물이 나요.” (P52)

말레이지아에서 만난 게스트 호텔의 매니저인 청년의 이야기는 여전히 눈물나게 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슬퍼서도 아니고 서러워서도 아니고 그냥 나는 눈물. 이 청년의 눈물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내가 그렇게 눈물이 났을 때는 감사해서였던 기억이 많다. 교정 벤치에 앉아있던 어느 날 오후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그냥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감사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주셔서.. 그래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 많은 느낌들을 쏟아부었지만, 그 느낌들 속에 그녀는 삶이 가르쳐주는 깨달음과 배움들을 함께 묻어놓았다. 그녀의 느낌을 하나하나 쫓아가다보면 그녀의 느낌들을 통해 내게 다가오는 삶의 지혜들.

문제는 도시가 아니었다. 결국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어릴때부터 이도시 저도시로 옮겨다녔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모티브 부여가 되었던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렸을때부터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야 했던 그녀의 가슴 한켠엔 늘 채워지지 않는 빈공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란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충만감을 안겨주며 우리가 세상에 맞설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어주는 분들. 어쩌면 보이지는 않지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그녀에게 여행이란 그 빈공간을 채워주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의 기억.

그녀의 책을 읽으며 참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느꼈고, 삶 속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심지어 살았던 동네까지도.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던 수유리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었다. 내가 다녔던 우이 유치원도 그곳에서 다녔고, 집에서 가까웠던 우이 국민학교가 아닌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었던 매원 국민학교를 다녔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이 모두 내가 수유리에 살때 이야기다. ‘우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좋아했던 이준 열사의 묘는 기억을 못하지만, 그린 파크라는 곳엘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그 근처 어딘가에 아빠 친구분이 사셨고, 아빠 친구의 아들은 오빠의 친구였고, 역시 같은 매원 국민학교를 다녔던. 그녀에게 수유리가 특별한 곳이듯이 내게도 특별한 곳.

마치며...

책을 읽는내내 언젠가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부러움이 앞서는 바램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내가 책을 낸다면 이렇게 사진과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집처럼 꾸며진 책이었음 했다. 페이지만 넘겨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촉촉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책. ‘언젠가..’처럼 그렇게 무책임하고도 책임감없는 단어는 없을 것이나, ‘언젠가..’라는 단어는 지금의 나에겐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나의 ‘언젠가...’가 지금의 나에게로부터 너무 멀리있지 않기를....

 

* 정희재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첫번째 리뷰:

http://blog.daum.net/angelicka/16196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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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의 '우리의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