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08]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 지주형 옮김

pumpkinn 2013. 7. 15. 07:37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리뷰를 시작하며...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두번째 읽는 책이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내가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들 중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함께 가장 재밌고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다.

역시 처음에 읽을 때와 두번째 읽을 때의 그 맛은 다르다. 비록 버지니아 울프가 프루스트의 책을 읽고 절망에 빠져 하마트면 침묵을 할뻔한 부분에서 첫번째 읽었을 때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첫번째 읽었을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또는 별 의미 없이 스쳐지나간 부분들이 눈에 들어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우선은 목차가 그랬다.

하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 자신을 위한 독서법

, 여유 있게 사는 법

.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 책을 치워버리는 법

 

이렇게 아홉가지 주제로 책이 구성되어있고 각 찹터에 따라 내용이 쓰여졌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새삼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첫번째 읽었을 때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성격, 가정배경,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엄마와의 관계를 포함한 그의 삶과 그의 독특한 행동이나 추구하던 많은 것들이 그를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나 책을 통해 그를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 삶의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그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한 그림들이 내겐 더 강하게 느껴졌더랬다. 하지만 두번째 읽었을 때는 그러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어떤 목적아래 쓰여졌는지, 그의 삶을 통해 비쳐지는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느끼게 해주려고 했고 어떤 주제를 그려내고자 했는지가 보여졌다는 것이 달랐다. 장족의 발전~!! ^^;;

, 첫번째 독서에선 나무만 보였다면, 두번째 독서에선 그 나무들이 모여 어떤 숲을 이루었는지. 아니 어떤 숲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저런 나무들을 심었는지를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아홉가지 주제 중에서도 단연코 나를 사로잡았던 주제는 요즘의 나의 고민이요 화두인 다섯번째 주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었다.

“고작 하는 반응이라는게 폭우에 대해서는 ‘장대 같은 비가 온다’, 쌀쌀한 날씨에 대해서는 ‘오리도 춥겠다’. 그리고 꽉 막힌 사람에 대해서는 ‘바구니처럼 꽉 막혔다’인 사람들 때문에 그는 고통을 느꼈다. (P110)

프루스트는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을 느꼈지만, 나는 그런 표현 밖에 하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고통을 느꼈다. 아마 프루스트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도 그런 표현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들이 얼마나 지독한 고통인지를. 그러한 상투적인 표현밖에 할 수 없는 자신들의 언어능력때문에 얼마나 끔찍한 절망감을 느껴야 하는지를. 결국 그가 의사에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을 나 역시도 그에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프루스트는 우리 인간은 고통을 통해 삶을 더 깊이 알고 배우게 된다고 했다. 그 역시도 병과 육체의 고통과 실연의 고통을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뇌하게 되었고 그것은 훌륭한 작품으로 이어져 그가 죽고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렇게 언어 표현의 재능과 깊은 관찰력과 통찰력을 갖고 태어난 그는 그것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얼마나 고통인지를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고 태어난 그에게 언어 표현의 능력은 그에게 그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영역이 아니었으니.

“나는 약간 모호한 음표들을 콧노래로 부르며 내가 막 경험했던 감정을 나름대로 표현하다가, “이거 아주 ‘경이로운’ 소절인데!”라고 외쳤는데, 그러고 나서야 이 형용사가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프루스트가 웃고 나서 말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뤼시앵씨, 당신이 소리 내는 ‘빰, , 빰’이 그 ‘경이로움’을 전할 수는 없군요! 노력해서 그것을 설명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그때 나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P121)

겸손한 뤼시앵은 프루스트의 비웃음을 ‘그다지 기쁘지 않은’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섬세한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마치 그 민망스러움을 내가 당하기라도 한 듯 얼굴이 붉어지고 등에 땀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력해서 그것을 설명해 보는 것” 대체 어떻게해야 그것이 제대로 되는 것일까? 한 단어를 설명으로 풀어내는 것, 식상한 판에 박힌 표현이 아닌, 사물이나 사태에 대해 적합한 말을 찿는 것이 내겐 정말로 고통스러운 숙제인 것이다.

“그 빈약한 표현들은 우리가 경험해 온 것을 우리와 우리의 대화자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마치 서리가 낀 창문을 통해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인상의 외부에 머무르면서, 그것과 피상적으로만 관계 맺으며, 모든 엄밀한 정의와 거리를 둔 채로 있는 것이다. (P122)

이 구절은 나를 더욱 움찔하게 했다. 내가 쓰는 글들에서 깊이가 느껴지지 않음은, 느낌만이 난무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가 받은 인상의 외부에 머루르면서, 그것과 피상적으로만 관계 맺으며, 모든 엄밀한 정의와 거리를 둔 채’로 내버려두는 빈약한 표현들 때문이라는 것. 나는 나의 한정된 빈약한 표현들의 무덤으로부터 나는 어떻게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해도 시원치않을 그런 갑갑함.

나는 마르셀 프루스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그의 표현력의 뛰어남을 직접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여러 권을 읽었기에 그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그토록 열광하고, 알랭에 대해 말할 때마다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빨라지며 흥분하여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게 되는 그 수많은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그의 섬세하고도 사실적인 표현력 때문이다.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의 깊은 관찰력과 통찰력, 그리고 그것들을 마치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보여주며 언어로 그려내는 그 능력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양념처럼 묻어나는 나를 열광케 하는 알랭만의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란.

그러한 알랭이 그토록 존경하고 늘 그의 책을 끼고 다니게 하는 마르셀, 버지니아 울프를 절망 속으로 빠지게 했고 하마트면 영원히 침묵하게 할뻔 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표현력은 대체 얼마만큼이란 말인지.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해야 합니다. 마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자신만의 ‘음색’을 창조해야 하듯이... 형편없이 쓰는 독창적 작가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 아마 이게 약점일 수는 있지만 –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창적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했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들은 잘 쓸 수 있습니다. 정확함과 완벽한 문체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모든 착오를 겪은 후에야 독창성의 이면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독창성과 같은 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P130)

이것은 이태준 선생이 저서 ‘문장강화’에서 강조하셨던 말씀이다. 작가란 정확한 어휘와 자신만의 언어를 찿아내어야 한다는 것. 그때도 얼마나 찔렸더랬는지. 그런데 나는 또 잊어버리고는 그렇게 식상하고도 상투적인 표현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언어가 아닌 다른이들의 언어를 말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은 그가 다룬 9가지 주제 중에서 지금 현재의 나에게 가장 깊은 관심을 받은 부분이었다. 그 다음엔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이었다.

프루스트만큼 공감적 경청에 뛰어난 사람이 또 있었을까 싶을만큼 그는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친구들에게 들인 공을 생각하면 친구들이 그를 좋아한 이유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겠지만, 누군가가 내가 하는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주고, 질문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때 상대방이 ‘사랑받고 있다’ 내지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께다.

그가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내가 가까이 아는 지인들을 그렇게 정성으로 대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가 그랬던 것처럼 꽃을 사서 보내고 초대장을 보내고 지인들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식사 시간 내내 돌아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을지라도, 과연 안부 전화 한통이라도 제대로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내가 말할 기회를 엿보지 않고) 그렇게 충실하게 들어주고 있느냐는 것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여 귀를 기울이는 프루스트를 보며 감동받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더 충실한 내 모습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을 만나면 어느새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하니. 늘 깨어있어야함이 부족하다.

 

마치며...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 N Aaleez pás trop vite’는 아마 프루스트주의적 슬로건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이점은, 그러는 도중에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P63)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 와우 초기, 어려운 책일수록 천천히 읽으라고 하셨던 선생님 말씀이 같이 떠올랐다. 차를 타고 다닐때는 눈에 띄지 않던 많은 흥미로운 장소들이 걸어갈때는 눈에 들어오는 것.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을 때도 내가 이야기할 틈을 기다리며 듣기보다는 이야기 속에 하나하나 같이 참여하며 들으면 훨씬 더 재미나다는 것은 우리 모두 경험 속에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빨리 시작하고 끝내야하는 요즘의 시대에는 무던한 인내심을 필요로하게 되겠지만, 습관을 들이다보면 모든 일상이 재밌게 느껴지고 섬세한 부분을 더 잘 관찰하게 되고 그럼으로 삶이 더 싱싱해지고 생기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그림을 그려보게 된다.

‘프루스트하기’. 첨에 이 표현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이러한 것들이 ‘프루스트하기’를 통해 배워질 수 있는 거라면, 진지하게 ‘프루스트하기’를 시도해보는 것 재밌지 않을까?

끝으로, 책 제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왜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지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을 붙였을까?하는. 제대로된 제목으로 다시 책이 번역되어 나오긴 했지만, 새책으로 읽지 않고 그냥 구번역으로 읽었다. 나는 일편단심. 의리라는게 있지. ^^

 

지나가는 한 마디....

왜 나는 케이트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알랭 드 보통의 그녀 클로에를 착각했을까? 나는 줄곧 ‘케이트’를 ‘클로에’로 읽고있었으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알랭의 첫작품이었고, 몇 년이 지난 후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쓰면서 올려놓은 사진 속의 그녀가 나는 클로에라고 생각하며. ‘그토록 알랭 드 보통이 그녀를 못잊어하고 있었구나...’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으면...’하면서 나혼자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거...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그가 쓴 모든 책들과 연도수를 찿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녀가 클로에게 아니라 케이트였다니... ^^;;

어쨌든, 이제서야 알베르틴이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이 ‘엘르’잡지를 뒤적거리던 사랑스런 그녀가 클로에가 아니라 케이트였음을, Before sunrise의 쥴리아 델피를 닮은 그녀가 케이트였음을 이번에 알게되었다. Sorry Kate~ J

이번에 다시 그의 책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알랭 드 보통이라는 것이었다.^^

 

재밌어서...

 

첫번째 읽었을때 올린 리뷰의 마지막 멘트가 넘 재밌어서 옮겨보았다. 얼마나 푹 빠져있었는지 느껴지는...^^

 

<http://blog.daum.net/angelicka/16195221>

 

읽는 내내 진지했고, 읽는 내내 신기했으며, 읽는 내내 궁금했다. 프루스트에 대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꼭 읽어보고 싶다. 지난 며칠 매일 새벽마다 함께 했던 프루스트와 알랭 드 보통과의 데이트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의 짜릿한 행복을 안겨주었고, 나의 지적 욕구를 자극시켜주었다. 매력적인 두 남자와의 데이트가 마침내 끝났다. 왠지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그 아쉬움도 잠시, 인제 새로운 데이트가 시작된다. 요한 페터 에커만과 괴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세기의 거장 괴테와 그와 함께한 매력적인 청년 요한 페터 에커만의 데이트.. 인제 새로운 만남을 위해 떠나야 할 시간..

 

 

프루스트.. 알랭 드 보통...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그대들과 함께 했던 시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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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nes I’ve got to see you..를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