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지독했던 주말...

pumpkinn 2012. 12. 11. 07:20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꼭 겸손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삶을 통해 쌓여진 연륜으로 넉넉해지고,

삶의 경험에서 오는 이해와 배려로 전엔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들을 이해하는 여유...

그리고 쏘여진 화살을 되받아치는 것이 아닌 쿠션으로 폭신하게 대어주는 지혜까지 쌓이게되니..

높은 곳으로만 올라가겠다고 고개 바딱 쳐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 아래를 살펴보고 주위를 돌아보는 삶의 지혜를 갖게되기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 아닐까..?

 

그런데 나는 나이를 거꾸로 들고 있다.

나이를 거꾸로 든다의 의미가 열정과 에너지가 불타고, 꿈을 향해 여전히 전진하고...

나이에 핑계를 대지않고 도전의식을 갖는 의미라면 참 좋겠지만...

내가 거꾸로 먹고 있다고 느끼는 의미의 나이는 어렸을 때도 그러지 않았던 나의 원초적인 모습이...

조금씩 자꾸만 내 이성을 밟고 위로 튀어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아주 맘에 들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다..

 

모순적인 것은 큰 일엔 덤덤한 내가, 왜 작은 것엔 그리 속을 끓이는지 모르겠다는 것.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내린 결론은...

큰 일엔 덤덤한 것은 내가 대범해서라기 보다는, 현실감각이 무디기 때문에...

그것을 온전히 제대로 느끼지 못함에서 오는 거라는 것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다.

너무나도 큰 소리는 우리가 듣지 못하듯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일은 아예 마음을 접어놓기 때문에...

왜려 담담하고 편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지난 금요일 나는 녹초가 되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든 기운이 새어나가고 진이 빠진 상태...

나의 모든 에너지가 온전히 방전된 그로기 상태였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내 머리속을 시끄럽게 하는 문제들...

그런게 그 문제들이 사소한 것임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고...

그렇게 나를 괴롭혔다...

 

그럴때면 나는 나의 도피처를 찿는다. 영화 속으로...

나는 거의 식물인간처럼 누워서 수 많은 영화들을 보았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그렇게 보냈다.

 

아트도 하지 않았고...

축제도 하지 않았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마냥 그렇게 내 노트북 화면에서 떠나질 못하고...

마치 오늘 보지 않으면 영원히 보지 못할 운명이라도 주어진 것 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매일밤 악몽에 시달렸다...

그 아이의 황당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또 그런 사소한 것에 가슴 끓이는 내 인격이 마음에 안들어...

그렇게 3일을 보냈다. 지옥같은 시간...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외우며 마음의 평화를 청했지만...

나는 기도를 하다가도 어느새 그 생각 안에 갇혀있고...

오늘은 아침에 시험마저 놓칠뻔 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하지만 가게에 나가 그 아이를 다시 보았을 때...

웃으며 대했다. 그 직원의 좋은 점만 보게 해달라는 기도....

지금까지 그 직원이 회사를 위해 일했던 많은 좋은 행동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 직원 입장이 되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오후가 되기까지 나는 일 속에 파묻혀서도 많은 상황을 돌려가며 바라보았다...

그 직원이 가진 용기를 내가 가질 수 있다면...

난 지금보다 육체적으로는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영혼은 텅 빌 망정...

적어도 내 것을 더 챙길 수 있었을테니...

 

나는 가장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 쪽에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식의 사고방식...

그런데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며 말하는 이들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하지만 오후가 끝나갈 즈음...

나는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찿기 시작했다....

왜 작은 것에 연연하나...

손을 펴면 되는 것을 그 손을 펴지 못하고 그렇게 주먹을 꼭 쥐고 있으면서 용을 쓰고 있는 내모습...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신문에 올려지는 억울한 일들을 떠올렸다...

억울한 일들을 당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데, 난 그정도까지는 아니잖은가...?

 

좋은 것만 바라보자...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모든 것은 하느님께 맡기자...

내가 또 운전대를 잡으려 하고 있었구나....

 

하느님은 선한 목적을 이뤄주시는 분...

그렇기에 내가 해야하는 단 한가지는 옳은 선택을 하는 것...

그리고 이해하고 온전한 겸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마음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러기까지 4일이 걸렸다...

 

용서가 힘든 것은 용서를 하기까지의 고통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물론 나의 경우는...

그 직원 아이를 용서하고 안하고의 차원은 아니다...

단지 어이없음과 황당함과 극도의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온 행동이 기가막혔던 것...

 

점점 속이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갈수록 관계의 어려움은 나를 괴롭힌다...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무조건 받아주고 이해하는 것은 다는 아닐 터...

 

갈등과 혼란속에서...

나는 며칠 밤을 반납해야 했지만...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 든다...

 

크게 보자.

넓게 보자.

큰 그림을 그리자.

작은 그림 안에 나를 가두지 말자.

 

유치하게도...

사소한 것에 마음을 끓였던 지난 4일이었다..

그 역시도 나다. 받아들이자.

.

.

 

마음이 어두울때 참 많이 들었던 곡...

Black Sabbath - She's 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