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4기의 하루

D-62: 내 안의 두레박...

pumpkinn 2009. 4. 28. 05:30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미사 전례중.. 대영광송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마치 따뜻한 주님의 손길이 나를 감싸 안아주시는 듯한…

그래서 내 감정이 어떤 특별히 섬세한 상황에 있지 않아도…

눈물이 핑 도는 감동,..

 

오늘은 미사가 끝난 후..

재정 마무리를 하는 데..

사무실로 로제 수녀님께서 들어오셨다..

문득.. 와우 까페는 자주 들어가느냐는 말씀…

와우에 관심이 많으시다..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재정일은 제쳐놓고..)
감성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놀랍게도 같은 감성의 깊이를 가진 수녀님과 나는..

때때로 우리가 ‘덜 느꼈음’ , ‘ 덜 크게.. 덜 깊게 느껴졌음...’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다가오는 수 많은 느낌들이…

그렇게 깊이있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당신의 경험을 말씀해 주시며..

그것은 하느님이 내게 주신 은총이라고 말씀 하시며…

때때로 내가 차가와질 때가 있음을 들으시고는..

바로 우리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최악의 순간의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최선의 상황일 때의 우리는…

상대방의 고통이나 감정을 내 것 이상으로 느끼며 …

그들을 깊은 공감대 속에 이해하며 함께하지만…

최악의 상황일 때의 우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무시’하고 넘어가는 데..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총’을 ‘죄악’으로 만드는 순간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내 안의 두레박을 가지고 샘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씀..

영원한 샘이신 예수님…

그분께로 가야 한다는 것..

 

이 세상에서 우리는 사람에게 위로 받을 수 없고..

우리는 오로지 한 분으로부터만 위로 받을 수 있음을…

우리가 가진 것은 그 샘을 길러올 수 있는 두레박이지..

그 샘 자체는 아니라는 말씀..

 

그 샘까지 가야하는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말씀..

그러지 않고는..

가장 상처받고 힘든 사람은 우리 자신일거라는 말씀..

 

하느님께서 특별히 내게 주신 은총을..

잘 가꾸어내어 그것을 다른 영혼의 위로와 평화를 위해 쓰여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것을 땅에 묻어두고 무관심 속에 썩히게 할 것인지는..

나의 선택이라고 하셨다..

 

내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는 용기…

샘을 뜨러 두레박을 쥐고 걸어가야 하는 용기..

오늘의 화두 역시 ‘용기’ 였다..

 

수녀님은 오늘 문득 내게 나타나셔서..

다짜고짜 오늘 내 안에 있던 많은 고통의 감정들을 불쏘시개로 뒤집듯이..

뒤집으며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게 하셨다..

 

묘한 느낌이었다.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사랑하시는 건가..??

생각지도 않게 수녀님을 보내주시고..

꺼내기 힘든 깊은 감성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하며...

함께 흐느끼며 그렇게 내 안의 무거운 것을 내려놓게 하셨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

그런데..머리가 너무 아팠다…

 

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든 게 피곤했다.

집에 와서 잠을 잤다..

머리가 계속 아팠다.

 

저녁을 먹고…

선생님께 어제 모임에 대한 보고를 드리려고 정성으로 써 내려간 보고서…

워드 파일 오류로 날라갔다..

 

머리 식히려.

까페 들어가 친구들의 후기들을 읽으면서…

순간 안 읽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또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꽉 차있는 내 머리에..

또 그리움을 얹어서 넘쳐 흐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넘쳐 흐른걸 주워 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샤워를 했다..

다시 보고서를 먼저 쓸까..하다가..

문득 로제 수녀님과의 대화가 떠올라..

일기부터 쓰기 시작한다..

 

전에는..

와우는 내 살메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고 활력을 되찾아..

내 읽상에 기쁘게 임할수 있는 에너지 충전을 해주는 원천이었다..

 

그런데…

수녀님 말씀을 들으면서…

어쩜 지금 와우는 네게 에너지 공급소가 아닌..

나의 도피성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와우의 모토도 아니고..

바람작한 와우의 모습도 아니다.

 

내 솔직한 감정 표현은 이렇게 나타내는 건지..

아니면 넋두리로 나오는 건지..

그것마저도 혼동스럽다…

 

솔직한 글의 의미는 어디 쯔음에서 부여되는건지..

써놓고 난 뒤의 머쓱함과 씁쓸함은,.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

이것도 용기의 한 부분인 건가....

.

.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밤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Kevin Kern...

Once in the long ago... 올려본다...


Once In The Long Ago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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