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공원에서의 아침....

pumpkinn 2009. 3. 20. 00:34

 

아침 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3주째다..

겨우’ 3주가 아닌 자그마치’ 3...^^

 

내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

앞으로 올해의 나의 10대 비젼에 대해 쓸 기회가 있겠지만..

올해 내가 정한 10대 비젼중 2가지를 실천하고 있어서..

스스로 무척 기특해하는 요즘이다.

 

암튼.. 그중의 하나가 아침 운동인데...

아침 운동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걸으면서 숨쉬기 운동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거..^^

 

나는 아침 묵상이 끝나면...

곧장 옷을 갈아입고 Parque Aclimação (아끌리마썽 공원)으로 택시를 타고 간다..

세수도 안하고 얼굴에 썬 블록 크림만 바른채... (...이는 닦고 간다..^^;;)

 

공원엘 도착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일정한 리듬속에..

각자의 속도로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상쾌하 아침..

내 기분이 꿀꿀하거나 우울할때도..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기분이 맑아지곤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재밌는 건 공원에서 걸으면서 나는 많은 글을 쓴다는 것인데..

그때 다가오는 느낌 단상들은 너무나도 특별해서..

그 순간에 노트북이 내 손에 있었음...하고 간절하게 바래질때가 많다...

 

그때의 그 느낌을 그 순간에 적을수 있다면...

정말 참 좋은 느낌글이 될것 같은데...(못말리는 착각~ ^^;;)

그래서 그 구절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집에와서 쓸려고 하면....흐미..당체 무슨 느낌였더랬는지...

몇개 단어들암 띄엄띄엄 떠오를뿐...

당체 뭔소리 토킹 어바웃하고 싶었던건지..알수가 없다.....-_-;;

 

걸으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마음 속으로 만나기도하고....

현실 속에서 스치기도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렇게 나만의 자유로운 만남을 가질수 있도록...

공원을 걸을때...

나 혼자 걷는 것이 나는 행복하다..

나만의 상상속에 마음대로 빠져들수 있으므로...

 

암튼.. 공원엘 가면 나는 늘 같은 장면 3가지를 보게되는데..

어느 덧 내가 참 사랑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들도 모르는 사이.. 나 혼자서... (또 짝사랑이다....^^;;)

 

 

장면 1 - 청소부 아저씨..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이름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직 용기가 없다...^^;;

사진도 찍어볼까 했는데... 운동가면서 사진기 들고가기가 좀 그렇다..

언젠가 올릴 날이 오겠지..

 

그 아저씨는 다른 청소부 아저씨나 아줌마들과는 다르다...

커다란 나뭇잎으로 된 빗자루로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꽃잎을 쓸어주시는데...

그는 늘 밝게 웃는 모습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시며 흥겹게 낙엽을 쓸어내신다..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아저씨는 모르시지만..

나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그 분을 마주치게 되면..

속으로 혼자 무지 반갑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부르시나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오늘은 그분께 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했다..

 

 

장면 2 – 노숙자 아저씨..

 

아저씨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젊은.. 청년..

내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가정을 놓고 볼때..

내 시선에 비쳐지는 그는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

 

늘 같은 옷에 늘 같은 짐에 그렇게 우리가 운동하는 산책로에 드문드문 놓여진..

돌로된 의자에 앉아서 늘 무언가를 듣고 있고...

늘 누군가와 얘기를 한다.

여기서 누군가는 정말 누군가이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그만의 상상속의 친구...Amigo Imaginário...

 

그는 공원에서 잠을 자는 건지..

아니면 아침 일찍 공원으로 출근(?)을 하는 건지..

내가 운동을 할때 쯤엔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곤 한다..

 

어제 그는 아마도 무지 신나고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아주 신이 났다..

살짝 게이 인 듯한 그는.. 갑자기 일어나더니..

누군가의 걸음 걸이를 흉내내며 마구마구 자신의 상상속의 친구에게..

일러바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흉내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정말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우울한 기분이었더랬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나는 이런 상황에도 웃음이 나오는구나...싶었다..

그리고.. 웃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그가 참 고마왔더랬다..

 

오늘 아침..

나는 걸으면서 그를 찾았고..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좀 우울해보였다..

뭔가를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그다지 밝은 모습이 아녔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늘 밝게 웃는 그 였으면 좋겠다.

 

 

장면 3 – 아줌마 댄스 그룹

 

공원을 돌다보면 안쪽으로 좀 넓직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선 중년 이상의 아줌마들과 할머니(?) 들이 모여 댄스를 한다.

간간히 아저씨들도 할어버지들도 보인다. 아줌마들 틈에 용기 있어 보인다..^^

 

그 그룹은 주로 동양 분들이 많긴 한데..

일본, 중국, 한국 그리고 브라질인들이 함께하는 범 대륙적인 댄스그룹이라 하겠다.

리더로 보이는 분은 아마도 일본 아주머닌 것 같고..

그녀는 매일 아침 카셋 리코더와 음악을 가지고 공원에 나타나는데..

그녀가 나타나면 그룹일원들은 박수를 치며 반긴다.

참 사랑받는 분인것 같다.

 

몇년전 내가 이 공원에 왔을때...봤던 그 분이 아직도 여전히 하고 계신다.

아침 운동오는 분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참여하는 댄스그룹인데..

나는 공원을 돌면서 그분들의 댄스를 보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게 느껴지고..

자꾸 그분들의 모습을 찾게 된다..

 

리더인 그 일본 아주머니는.. (어쩜...중국 아주머니 일지두 모르겠다..)

아주 아담한 체격에 애교가 많고 귀엽구 이쁘게 생기신 분이신데...

얼마나 댄스를 이쁘게 하시는지..

저나이에 저렇게 몸이 유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눈엔 50 ,후반쯤 아닐까..싶다..)

너무나도 예쁘게 댄스를 하신다..

 

가끔 눈이 마주칠때면 우리는 함께 미소를 보낸다.

나도 한번 껴볼까..?? ‘ 하고 속으로 생각해보지만..

아직은 용기가 없다..^^;;

뻣뻣하게 허우적대는 모습......상상하고 싶지 않다...-_-;;

 

어제는 Have you ever seen the rain 음아게 맞춰 댄스하시는 그분들..

그 음악에 따라 걷는 나역시도 기분이 밝아지는 느낌였다..

 

내가 매일 아침 만나는 세장면...

나도 모르게 아침마다 공원엘 가면...

찾게되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오늘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고 가슴이 뭉클했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

신호등에 멈춰선 그 자리..

나는 늘 그렇듯...창밖을 보고 있었고..

내 눈엔 길 바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젊은 걸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지나가던 어느 아줌마..

다시 돌아오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나는 동전이라도 꺼내나부다 했다..

별 생각없이 보구 있는데..

아줌마가 떠난 그자리에 앉아있던 그 걸인의 손에는...

은박 종이로 싼 샌드위치가 들려있었다.

뭉클했다.

 

순간.. 그 걸인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도 나도 웃었다.

참 맑은 눈을 가졌구나 싶었다.

그의 얼굴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더러움 속에서도...

그의 잘생긴 얼굴이 보여...’참 잘생겼다..’라는 생각을 했다....

 

멋적게 웃는 그의 모습..

그가 부끄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선을 피해줬는데...

택시가 떠나면서...

혹시...그는 내가 자기가 거지라서 시선을 피했다고 생각한건 아녔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짧은 시간에..

참 많은 느낌을 갖게 하는 아침였다...

 

나더러... 그렇게...

너혼자 가슴앓이 하지말고...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니...

내 삶속에 함께하는 아름다움을 보라고...

그래서 행복한 하루를 맞으라고...

내게 보여주시는 그분의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생각하니...

또 뭉클해진다....

 

참으로 감사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내일은 좀 더 일찍 나가야지......^^ 

.

.

내가 넘 좋아하는...

음유시인...조동진..

'나뭇잎 사이로' 오랜만에 들어본다....   


 

나뭇잎 사이로

 

조동진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하나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어둠은 벌써 밀려 왔나
거리엔 어느새 정다운 불빛
빛은 언제나 눈앞에 있는데
우린 얼마나 길을 돌아 가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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