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우체국...

pumpkinn 2006. 3. 26. 00:34

 

 

 

 

오늘 동창회 싸이트에 들어갔다가...
친구가 올린 글 배경으로 나오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란 노래가...
왜 그렇게 싸하게 아픔이 느껴져오는지...

처음 들어본 노랜데...
정말 참 좋네요...

 

창을 열어놓고 계속 그 노래를 들으며...
몇자 올려봅니다...

 

짙은 잿빛 하늘에...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싸늘한 바람을 느낄수 있었으면...
음악과 분위기가 참 잘 어우러졌을텐데...
눈이 시리도록 밝은 햇살이....

왠지...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우체국....

 

음...

 

처음 이민을 떠나...
태어나 처음으로 '그리움'이란걸 온몸으로 느껴야만 했던 그때...
내게 아주 친숙한 곳이 바로 '우체국'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라치면...
밤새 써놓은 편지들을 가방 한가득 모아서는...
우체국으로 달려가곤 했었는데...

 

말도 잘안통하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은 우체국 직원에게...
애써 웃음 지으며 "Certificado por favor" (등기로 부탁해요)..
조심스레 한마디 하고는....
내가 정성스레 이쁘게 써놓은 편지봉투에 도장이 아무렇게나 찍혀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가...우체국문을 나설라치면...
그냥 집에오는게 왠지 서러워서...
우체국앞에 흐르던 강가에서 한참을 앉았다가...
괜한 그리움만 남기고 돌아오던...그때...

 

그때를 생각할때마다...
언제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건...
그렇게 온몸으로 그리움을 안고 지냈던 기억때문일겁니다....

 

그때는...
매일매일이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는게 내겐 유일한 즐거움였고...
반갑게 인사해도 받지도 않던 그 무뚝뚝한 우체부 아저씨...
편지 한봉투라도 갖다줄라치면...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시원한 우유 갖다드리고...
폴짝폴짝 뛰며...
편지지가 헤질때까지 읽고 읽고 또 읽고...

 

아저씨가 가져다준 편지들중에...
내 편지가 들어있지 않으면...
울먹울먹 거리다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던 그때의 기억들...

 

생각해보면...
참으로 그리움이 많은 날들였던것 같습니다...

가을 우체국 앞...
지금 그 우체국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곳도 벌써 가을인데...
아직 많이 덥네요....

 

담에 한국에 가면...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많이 하고 와야겠단 다짐 해봅니다...
몇년전...20여년만에 찾은 한국...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구들과...
밤을 새며 많은 얘기를 나눈것 같은데...
돌아와보니...
한얘기가 아무것두 없는것 같은건...
또 그만큼 그리움이 자랐기 때문이겠지요....

 

 

.


.

 

.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것이....
저홀로 설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저물도록 몰랐네....

 

들어도들어도...
참...아름다운 노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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