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북받쳤다. 폭풍이 지난 후의 고요함.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내려앉는 평화로움.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이 마지막 구절이 내게는 잔을 채우는 마지막 눈물방울 되어 넘쳐흐르고야 말았다. 우리 나이쯤 되면 굳이 말이 필요 없이 이해되고 그대로 공감되어 느껴지는 바로 그것.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84일 동안 아무것도 아무것도 잡지 못했던 노인이 큰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안겨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물고기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투덜거림이 아니라, ‘오늘은 다를 것’이라며, 운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모르니 충실하게 준비를 한다. 매일매일은 새로운 하루라며 겸허히 하루를 맞는 노인의 모습은 경건하기마저 하다. 큰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며 한없이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