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글은 처음이다. 그의 작품이 어떻게 내 책장에 꽂혀있는지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아마도 김영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팟 캐스트를 한창 열심히 들었을 때 구입해놓은 소설이었을 것이다. 그가 노벨상 수상작가라는 것 빼놓고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의 매력에 흠뻑 젖기까지는 몇 페이지면 충분했다. 이 낯선 작가 오르한 파묵에 빠져 공부까지 제쳐놓고 정신없이 읽어 내린 ‘하얀 성’이란 작품은 나폴리로 가던 중 터키군에 잡혀 노예가 된 이탈리아인 ‘나’와 거울을 보듯 닮은 터키인 ‘호자’의 이야기다. ‘호자’와 ‘나’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오르한 파묵의 말이다. “내가 수집한 색채로 꾸미고 단장했던 구상과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 내 소설에 나오는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