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 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 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예전의 삶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고 있지만 점차 추억의 재가 되어 버린다.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의 능력 있는 편집장으로 자상한 아빠이며 멋과 삶을 즐기고, 우아함을 사랑하며 책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장 도미니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다가온 Locked in Syndrome이라는 뇌일혈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마치 꽉 조이는 잠수복에 갇힌 듯 옴짝달싹도 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 속에 갇혀있는 도미니크. 그는 점점 멀어지며 희미해져 가는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며 잠수복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