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연말과 새해를 혼자 맞았다. 남편은 일 때문에 먼 곳에 있고, 딸들은 여행을 떠났다. 마리아도 나가고. 온전히 혼자였던 어제오늘, 묘한 느낌이다. 난 혼자 시간 보내는 것에 익숙하다. 한창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떨어져 한국을 떠난 이후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속에 절로 터득된 익숙함인 듯하다. 하긴 고등학교 시절 앙케이트의 특기란에는 ‘혼자 잘 놀기’라고 재미 삼아 써놓곤 했던 걸 떠올리면, 그때도 혼자 잘 놀았던 것 같다. 어젯밤 남편과 딸들과 화상통화로 난리부르스를 추며 시끌벅적하게 새해 인사를 하고 맞은 새해 아침. 그래도 새해 아침이니 기도부터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써니가 징징거려 부엌에 가서 바나나 하나 종종 잘라서 먹이고는, 미국에 계신 엄마에게 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