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맹 가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김영하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을 통해서다. 김영하의 굵직하고 남성적이면서도 지적인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들. 그 안엔 책이 있고 삶이 있고 사랑이 있고 증오가 있다. 피상적인 나의 삶을 깊이 생각케 하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주며 고민하게 하는 김영하. 가만 생각해보니 그가 들려준 책들은 대체적으로 느와르적인 작품들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이었다. 자전적 이야기라는 소개와 함께 들려준 그의 삶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는 나를 온전히 사로 잡았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그렇게 읽게 되었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산 로맹 가리에게 깊이 빠져버렸다. “들키지 않는 것, 그것은 위대한 예술이다” 과연, 로맹가리의 가면 놀이는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