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 멜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서문 中) 호미자루를 내 손에 쥐어본 적도 없건만, 박완서 선생님께서 서문에 쓰신 이 말씀에 코끝이 찡해졌다. 돌이켜보니 내 삶도 그런 것 같아서. 바로 지금이 쥐고 있던 내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은 때인 것 같아서 가슴에 뭔지 모를 아림과 시림에 통증이 일었다. 책 표지 속의 박완서 선생님은 어찌 그리 해맑은 미소로 환히 웃고 계시는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살며시 번졌다. 자연에서, 일상에서, 관계 속에서 느끼고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이 선생님의 천진스러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