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예가 아르헨티나로 문화학습 여행 떠났을 때~
그때 너무나 좋아라하며 행복해하던 리예의 모습이 떠올라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그게 벌써 작년이네...^^
살다보면 일상에 불쑥 끼어드는 일들로
들뜨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야말로 ‘불쑥’ 끼어들기에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그 감정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난 주였다.
집에 들어오면서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리예...
건축학과 이공과에서 진행한 강연회에 갔었단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교수님이 다가오더니
혹시 일하고 있느냐며, 자기와 일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다는게다.
엄마 생각은 어떠냐며 의견을 묻는 리예...
당근 매력적인 제안 아닌가~
리예가 지금 회사에서 일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이라 자기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설계만 하고 있으니 좀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니 그냥 다니고 있었다는 것.
자기는 공사 현장에도 가고 싶고, 직접 가서 보고 배우고 싶은데,
개인 가정집 인테리어는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의뢰하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같은 것을 수십 번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사업체와 관련되는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공사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진행도 빠르고, 아무래도 다이나믹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리드미컬한 스케줄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마음을 들뜨게 했던 부분은
바로 교수님 부부의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인성~
(교수님은 엔지니어고 부인은 알키텍터다. 두 분이 부부인줄은 나중에 알게 됨)
우리는 리예의 앞날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했고, 아빠와도 상의했다...
교수님도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알려주길 원하셨고.
먼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렵던지..
전 날 밤 잠을 설치고 연습까지 하며 걱정하는 리예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삶의 레슨은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제 나와도 한 번은 해야 할 일..
다행스럽게도 리예의 걱정과는 달리...
회사에서도 리예를 이해해 주었고, 좋게 이야기가 잘 되었던 모양이다.
우리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뭐 안된다고 해도 그만 못두는거야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마무리로 나오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일주일 여유를 주었고,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리예는
자기에게 첫 번째 기회를 주었던 상사와, 일하는 동안 도움을 주었던 동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조그만 선물을 준비해서 갔다.^^
다들 너무 좋아했단다.
그런 마음 씀씀이를 표현하는 리예가 기특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이다. ^^
지난 주에 설계 테스트를 받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 곳의 분위기였단다.
생기있고 활기 넘치며 웃으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밝은 분위기.
그게 가장 좋았단다.
그리고 회사가 우리 집에서 가까워 걸어서 가도 되니 이래저래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곳에 일하게 되고나니,
그동안 숱하게 인터뷰를 했던 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리예 속을 타게 하더니 한꺼번에 러브콜이라니...
리예는 아직 인턴 자리를 못 구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덕분에 리예 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 일자리를 얻게 되어 모두가 좋아라 하고 있단다.
강연에 갔다가 생각지 않게 교수님과 일하게 된 리예~
리예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도 많이 놀랐단다.
혹시 괜히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거 아닐까 싶어 확정되기까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인제 확실하게 결정이 되어 친구들에게 알리고 나니 친구들도 다 혀를 끌끌 찼단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앞으로 강연에 열심히 쫓아다녀야겠다고~ 하하하하~
리예는 친구 사이에서 엉뚱한 일을 많이 만나기로 유명하다.
리예의 못말리는 개구진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생각지도 못한 엉뚱하고 황당한 일이 리예에게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재밌는 일도 많지만, 고개 갸우뚱거리게 하는 황당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걸 모두 말하자면 며칠 밤낮은 세워야 할 터~ 큭큭~
어쨌든, 리예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일은 일이고, 마냥 좋을 수 많은 없음을 리예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예에게 생각지도 않게 불쑥 다가온 새로운 기회~
리예가 원하는 만큼 많이 배우고, 현장에서도 경험을 많이 쌓으며
그 회사와 더불어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몇 개월 후, 인턴에서 정식 채용이 될지 안 될지는 모두 리예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오늘 리예가 돌아오면 또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낼까~
몹시 기다려진다~ ^^
.
.
재밌는 것은...
애리나 리예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다가오면...
엄마 아빠도 덩달아 찌릿찌릿~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자식을 키우며 느끼게 되는 짜릿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
.
넘 맑고 예쁜 노래..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