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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대학 강의를 마치고...

pumpkinn 2017. 4. 7. 05:17

몇 년 전, 와우 솔개 언니들과 MT 갔을 때 행복했던 순간~

아쉽게도 강의 사진이 없어 옛날에 행복했던 순간의 사진으로 붙였다~ 하하하~ ^^;;


 

몇 달 전, 올리바 수녀님으로부터 은빛 대학에서 특강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성모회에서 했던 성격 유형에 관한 강의였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

고부간의 갈등에 대한 내용을 좀 다뤄주면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사실, 젊은 분들께는 서로 생각이 비슷하니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는데,

삶의 연륜과 지혜가 깊으신 어르신들께 감히 내가 무슨 강의를 드릴 수 있는건지..

조심스럽고 난감했다.

그렇지만, 내게 다가온 새로운 또 하나의 도전이고,

내가 배운 것들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경험이란 생각에 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가까이 지내는 언니들께 강의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드리니,

다들 강의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주셨는데 모아보니 대략 4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 지루하면 안 된다~ 왜냐~? 어르신들 주무시니까~

- 재밌어야 한다~ 그래야 어르신들 안 주무시니까~

-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워도 안 된다~ 왜냐? 어르신들 주무시니까~

- 너무 쉬워도 안 된다~ 어르신들이 좋은 강의를 많이 들으셨기 때문에 식상하다는 것..

 

흐미~

이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인 기대수준을 내가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남감했다..

 

게다가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기간이라..

준비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번 중간고사 스케줄을 완전 최악이었다.

모두 몰아 붙어있으니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상황.

 

그러한 상황이다보니 공부를 제쳐놓고는 강의 준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미리미리 차시를 따라 잡아놓고, 중간 고사 시험 공부까지 미리 해놓느라

정신 없이 보낸 지난 몇 주였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강의 수준을 너무 어렵지도 않고 쉽지 않게 어르신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강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해서 지루함 느끼지 않으시도록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하는 간단한 작업을 준비했고,

그림을 보여드림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자 했다.

나름의 전략이었다고나 할까..? 하하하하~^^;;

 

어쨌거나, 한 두 번 하는 강의도 아니건만, 강의 전날 이렇게 떨렸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늘 많아야 2-30명이었는데, 100명 가까이 되는 분을 모시는 강의이기에 부담이 살짝 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가장 나를 걱정 속으로 몰아넣었던 부분은 결론이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가만 들여다보니, 또 힘이 들어간 멋드러진 결론을 내고 싶었음을 알았다.

(잠자다가 번뜩 떠오른 깨달음~ ^^)

 

그래서 쓸데없는 가지들 다 잘라내고,

강의를 하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비우고 갔는데.

그게 잘 통했던 것 같다.

마지막 결론 부분을 자연스럽게 오늘의 주제와 연결시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스스로 만족한 시간이 되었다.

 

어르신들이 강의 내내 열심히 눈을 맞춰주시고. 어찌나 열렬하게 호응을 하면서 들어주시는지~

강의를 하는 내가 에너지를 듬뿍 받았던 것 같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얼마나 행복하던지~

좋은 피드백도 감사했지만~

우선은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던 강의였음이다.

 

은빛대학 선생님으로 계시는 언니들께서 부러 전화주시고,

함께 축하해주셔서 아주 우쭐했던 오늘~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이 모두 강의 전에 소성당에서 기도 하며

모든 책임(?)을 하느님께 돌린~

협박성 기도가 통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하~

하느님 감사합니다~!! ^^

 

너무나도 감사했던 시간~

이렇게 해서 나는 또 하나의 행복한 추억을 내 삶에 새겨 넣었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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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르신들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삶을 보내시고,

또한 이 멀리 이민까지 오셔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며

당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오히려 익숙치 않으신 우리 어르신들

남은 여생동안 많이 웃으시고, 많이 즐기시고, 많이 누리시며

행복하셨음 좋겠다.

 

내가 엄마가 되고 아이들을 키워보니,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고통스러우셨을지 더 잘 알겠다.

 

우리 어르신들~

오늘 제게 행복한 시간 안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어르신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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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런 노래...

이문세 - 가을이 오면..


참.행.복.한.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