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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땡땡이....

pumpkinn 2012. 11. 23. 09:22

 

 

 

오늘은 성경 공부가 있는 날...

보통 성경 공부가 있는 목요일은 가게에서 조금 일찍 나와 성당으로 향한다...

 

성당에 일찍 도착하여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책을 읽는 것은...

이미 내게 오랜 시간 경건한 의식처럼 행해지는 나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사실 성당에 더 일찍 가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게서 더 일찍 나오는게다...

 

아무도 없는 성당...

그곳에서 누리는 나만의 시간은...

나에게 깊은 충만감을 안겨준다...

 

몰입과 집중이 잘되기에 축제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

사실, 그 시간에 나는 많은 책을 읽고 리뷰를 하고 초서를 쓰곤 했다...

아무도 없기에 컴을 가져가는 날엔...

굳이 mp3로 음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목요일이면 성당에 일찍가는 이유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루도비꼬가 픽업을 준다는 소리에 택시비 아끼고자 따라 나왔다가...

그만 성당이 아닌 집으로 온게다...

 

물론 그럴때도 가끔 있는 일이니 특별한 것은 아니나...

오늘은 퀴블러 로스의 ‘생의 수레바퀴를 읽다가...

그만 책을 더 읽고 싶어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얼떨결에 땡땡이를....

 

그녀의 삶을 담은 그녀의 마지막 에세이...

태어날 때부터 달랐던 그녀...

그녀의 생명에 관한 존엄성과 사랑은 이미 그녀의 DNA에 박혀서 태어난 것이다...

900g으로 태어난 그녀가 그위대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비를 사랑한 아름다운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의 꿈과 소명과 사랑에 대해...

그녀가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기게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는지...

그녀 안에 가득한 사랑을 있는 그대로 나누어주고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는지...

그녀는 그녀가 원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녀의 삶은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삶이 그녀를 그렇게 이끈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어쨌든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루도비꼬와 함께 공원엘 다녀왔다..

앞으로 그렇게 운동하자고 한 바로 그 첫날이었다...

요즘 많은 복잡한 문제로 머리가 시끄러운 루도비꼬...

걷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강조를 해도 듣지 않던 남편이 오늘은 왠일인지 가겠단다...

 

공원을 걸으면서 남편은 묵주기도를 드렸고...

나는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늘 내가 들은 부분은 에피소드 8 김 소현의 마음 사전부분과...

에피소드 9 안톤 체호프의 공포부분이었다...

 

생각했다...

김영하의 팟캐스트의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더해질때마다...

내 주머니가 울상이겠구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책값이야 얼마하나..

문제는 브라질까지의 운송비가 애보다 배꼽이 더 크니 말이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구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와 함께 나의 마음도 정신도 영혼도 풍성해지는 것을...^____^

 

다녀오니 남편은 훨씬 마음이 가벼워진듯...

너무 좋다며 내일도 가겠단다...

저녁엔 약속이 있으니 아침에 가겠다고...

대박이다...

 

오늘은 그렇게 보낸 하루였다....

.

.

 

그냥 무심결에 고른 음악인데...

오늘 내가 땡땡이 친게 성경공부고 보니...

제목이 참 거시기하게 마음을 콕 찌른다...

 

뭐.. 죄책감까지 느끼는건 아닌데....^^;;

 

암튼...

Lene Marlin의 Unforgivable Sinner...